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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더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은 아쉽다. <매경DB>

 

고기야 무엇으로 어떻게 요리하든지 그저 환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기를 ‘남의 살’이라고 부르면서까지 존경(?)해 마지않던 때였다. 요새 젊은이들이 ‘고기느님(고기와 하느님을 합성한 말)’이라 부르는 희화화된 표현과는 다른, 뭐랄까, 고기에 대한 절실한 욕구가 느껴지던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고기를 마음껏 먹는 것은 많은 이들의 바람이었다.

 

부잣집을 묘사할 때 흔히 ‘고기가 냉장고에서 썩어 난다’고도 했다. 그만큼 고기는 부의 척도였고 맛있는 음식의 상징이었다. 사료가 싸게 공급되고 축산 기술이 발달해 고기 공급이 여유로워진 것이 겨우 1990년대 초반이다.

 

그러다 단순히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기를 어떻게 먹느냐 하는 문제로 관심이 옮겨 갔다. 원뿔(+, 원 플러스 등급)이니 투뿔(++)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다들 마블링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그것이 2000년대 초반까지의 새로운 분위기였다.

 

관심은 새로운 유행을 몰고 온다. 2000년 중반, 그러니까 정확히는 2007~2008년 즈음부터 한국에 드디어 ‘에이징(ag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에도 흔하게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고기가 나오고, 지방 소도시에도 드라이 에이징했다는 고기를 파는 식당이 성업한다. 요리사로서 정말 놀라운 일이다.

 

육식에 관해서라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유럽에서도 드라이 에이징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거의 대다수고(사실 요리사조차도 잘 모른다), 더 놀라운 것은 드라이 에이징의 원조라고 할 미국인들도 그런 고기를 찾아 먹거나 알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은 새로운 유행이 번지면 온 국민이 전문가가 된다. 드라이 에이징에 대해 줄줄 읊는 미식가와 블로거들이 널렸다.

 

드라이 에이징이 무엇인가. 에이징이란 문자 그대로 시간이 지나서 숙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기는 알다시피 죽은 후 사후경직이 풀리고 효소 작용으로 인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맛있어진다. 이때 감칠맛 성분이 증가한다.

 

모든 동물성 단백질은 그런 과학적 과정을 거친다. 생선도 숙성시켜 먹으면 더 부드럽고 맛있어진다. 에이징은 이런 이론에 따라 인위적으로 고기를 더 맛있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에이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진공 포장하거나 비닐로 싸서 공기가 잘 안 통하게 해 냉장 보관(부패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웨트 에이징(wet aging)’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고기가 더 부드러워지고 맛도 좋아진다.

 

그러나 그 효과는 월등하지 않다. 그러니까 당신이 그다지 별 볼 일 없는 고기를 샀다고 치면 제아무리 냉장고에서 웨트 에이징해 봤자 거기서 거기다. 고기가 좀 부드러워지기는 하지만 질긴 고기가 먹을 만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효소 작용에 의해 아미노산 계열의 감칠맛이 증가하는 것도 기대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주 부드러운 투뿔이니 원뿔이니 하는 고기를 찾는 것이다.

 

웨트 에이징으로 월등하게 맛이 좋아진다면 이 간단한 기술로 많은 정육업자들이 아주 맛있는 고기를 공급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투뿔이니 원뿔이니 하는 고기를 사육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웨트 에이징은 부패를 방지하고 보관을 오래 하기 위한 용도가 더 크다. 진공 포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쉬운 대로 집에서 웨트 에이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진공 포장하거나 랩으로 잘 싸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좋다. 쇠고기의 경우 김치냉장고에서 얼듯 말듯 한 달가량 보관하면 꽤 근사하게 숙성시킬 수 있다. 물론 드라이 에이징에 비해 월등히 부드러워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숙성 방법으로는 상당히 고급 기술이다.

 

보통 수준의 고기를 아주 맛있는 고기로 바꾸는 마법이 있는데, 이게 바로 드라이 에이징이다.

 

일단 드라이 에이징 방법을 알아보자. 고기를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서 고리에 걸어 통풍이 잘 되도록 유지하면서 말린다.

 

이렇게 하면 겉에는 미생물 작용으로 검게 변하고 마르지만, 그 속의 고기는 수분이 마르고 감칠맛이 응축되는 동시에 고기 특유의 풍미가 강해지고 심지어 소시지 훈제 같은 향이 발생한다. 그래서 독특하고 맛있는 고기가 탄생한다.

 

보통 쇠고기의 경우 2등급(등급 순서대로 하면 실제로는 ++, +, 1에 이른 네 번째 등급) 정도 저가 고기를 드라이 에이징해도 아주 맛있는 고기로 바뀐다.

 

++등급의 한우 꽃등심의 경우 보통 1㎏에 20만원이라면 2등급은 5만원 정도밖에 안 한다. 3분의 1 내지 4분의 1 가격의 고기가 2주~2개월의 과정을 거치면 정말 맛있는 고기로 변한다 하면 믿기겠는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더해지며 특유의 향이 발산돼 입맛을 돋운다. 필자도 한때 이 고기를 사서 팔았는데 많은 손님들의 찬사를 받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장시간 장비를 돌려 숙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은 환경이라면 고기가 상할 수도 있다. 또 드라이 에이징된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고기의 신선한 맛이 아니라 숙성된 이후의 농후한 향과 맛이 나기 때문이다. 또 딱딱해진 겉껍질은 구워 먹을 수 없어 벗겨내야 하므로 고기 무게가 줄어든다. 숙성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마르는 만큼 무게가 줄어든 상태기도 하다.

 

이런 여러 조건들 때문에 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는 원물보다 크게 값이 뛰게 마련이다. 1㎏당 5만원 정도인 쇠고기가 에이징 후에는 역시 두 배 이상, 네 배까지 값이 뛴다. 식당에서 사 먹는 값도 만만치 않아서 최고 등급 쇠고기 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라이 에이징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해오던 방법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는 고기를 서늘한 창고(주로 지하 저장고)에 보관했다. 그렇게 하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맛있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이탈리아에 유명한 프로슈토(prosciutto)가 있다. 하몽처럼 말린 돼지의 뒷다리로 이탈리아식 햄이다. 이것이 유명한 지역이 두 군데다. 파르마와 산 다니엘레다. 파르마 프로슈토는 포강(River Po)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습기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명품이다.

 

산 다니엘레에서는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맛있는 프로슈토를 만들어낸다. 드라이 에이징과 비슷한 조건이다. 실제 가게에서 사들이는 프로슈토를 보면, 표면이 딱딱하게 말라 있고 거칠게 변해 있어 드라이 에이징 고기의 겉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드라이 에이징이 유행한 건 미국의 유행을 발 빠르게 수입한 덕이었다. 강남을 중심으로 몇몇 전문점이 생겼고 호기심 많고 새로운 음식 문화를 갈구하는 미식가들에게 포착됐다. 이것이 불과 5~6년 만에 전국적인 유행이 될 줄이야.

 

드라이 에이징은 쇠고기에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돼지고기나 오리고기, 닭고기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훨씬 빨리 상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물론 쇠고기도 통제된 환경이 필요하다. 아무나 해서는 큰일 날 수 있다.

 

드라이 에이징은 아주 낮은 온도와 70% 내외의 적절한 습도, 바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송풍기를 달고 온도를 항온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아직 이 요리법에 대해 독자적인 품질 규정이나 식품위생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드라이 에이징 고기는 인기인데 위생 규정이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박찬일 요리연구가]

 

박찬일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4.08.11기사입력 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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